예배 전쟁 17

신흥 예배 (Emerging Worship)

이전에는 미국의 교계에서 일어나는 새 물결은 20년이 지나야 한국에 상륙한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교통수단과 커뮤니케이션의 발달로 미국 교계에서 일어나는 유행의 상륙이 훨씬 더 빨라졌으리라 생각합니다. 신흥 예배가 아직 한국에 상륙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신흥 예배가 이름 그대로 emerge한지는 미국에서도 아직 20년이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신흥 예배를 설명하기 전에 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을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지난 200년간을 지배해왔던 합리주의에 기초한 모더니즘을 거부하면서 생겨났습니다. 이것이 한때의 유행인지 아니면 먼 훗날 하나의 시대적인 전환점으로 평가를 받을 것인지는 학자들 사이에도 열띤 논쟁이 오고 갑니다만 간단하게 소개를 하자면 아래와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 절대적인 것은 절대로 없다
  • 유일신이 아닌 범신론
  • 객관적이기보다는 주관적
  • 합리적인 것보다는 비합리적
  • 관념적인 것보다는 체험적
  • 생각보다는 표현
  • 성경에 의거한 신학보다는 필요에 의한 실용주의[1]

지금 기성교회에 35세 미만의 세대가 없는 것은 예배 형식이 이들 포스트모던 세대와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논리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당장의 필요 (felt needs)를 채우려면 새로운 형식의 예배가 필요한데 이것이 emerging worship입니다.

그럼 신흥 예배는 어떤 모습일까요?

신흥 예배에는 딱히 정해진 순서가 없습니다. 그 대신 여기저기에 동시다발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요소들을 배치합니다. 예를 들면 한쪽 구석에는 촛불 하나와 성경책, 또 다른 구석에는 그림으로 성경을 풀이하거나 성령님의 움직이심을 예술로 표현, 다른 구석에는 기도할 수 있는 자리 등등 기존 틀에 박히지 않은 여러 가지 예술적인 표현으로 이루어집니다. 음악도 CCM 스타일의 시끄러운 음악보다는 조용한 음악을 지향합니다.

그렇다고 신흥 예배를 드리는 곳 모두가 같은 양상을 취하는 것은 아닙니다. 커뮤니티 특히 그 모임의 리더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띄게 됩니다.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마치 체험 학습을 하듯 여러 장소를 오가며 직접 참여하므로 다른 예배 형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람객의 자세를 배제합니다. 그리고 찬양팀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어서 무대 공연을 한다는 착각도 배제할 수 있습니다. 형식이 자유로움에 따라 성령님의 감동하심도 자유롭다고 합니다.

또한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처럼 무조건 옛날 것을 낡았다고 배척하지 않기 때문에 옛날의 유물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도신경이나 옛날의 기도문, 나무 십자가  등등. 성경을 아주 중요시하되 강단에서의 사자후도 없습니다. 다만 은연중에 성경 진리를 표현하기도 하고 때로는 설교도 있을 수 있지만 꼭 설교를 해야 한다는 정해진 룰이 없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설교보다는 옛날 이야기하듯이. 때로는 설교가 아니라 연극을 통해서 그 진리를 접할 수 있게끔 합니다.

특히 촛불을 많이 사용하는데 꼭 무드를 자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상징하는 것으로 사용됩니다. 신흥 예배는 가정집처럼 작은 공간에서도 혹은 500명 이상이 모이는 큰 공간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기존의 예배는 주로 듣는 것에 의존하지만 신흥 예배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모든 감각을 다 사용해서 하나님에 대한 예배를 표현하고 또 하나님을 느끼고 알아가는 예배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평도 적지 않습니다. 믿음은 들음으로써 난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은 말씀으로 선포되고 말씀으로 들어야지 불확실하게 하나님의 말씀이 표현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기존 교회의 예배처럼 쳇바퀴에 빠지지 않으려면 매주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은 준비하는 예배 리더에게 너무 큰 짐이 되며 그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정해진 틀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합니다.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표현하는데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몇 개나 되겠느냐 그 말입니다. 결국 한계에 부디칠 것이고 같은 것을 반복하게 될 것인데 그렇게 해서 굳어져 버리면 그들이 비판하는 정해진 틀 안의 전통 예배와 뭐가 다르냐는 것입니다.

또 어떤 이는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그런 오감을 자극하는 예배에 참여한다면 참 많은 감동을 받겠거니와 매주일 새로운 것을 접해야 한다면 자기는 오감에 과부하가 걸려 아주 피곤하게 될 것이라 합니다. 매주 되풀이되는 안정적인 것도 있어야 하고 그 안에서의 변화도 있어야 하겠지만 항상 100% 변화를 추구하다 보면 준비하는 사람이나 참여하는 사람 모두가 다 지치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비판은 교회가 교회다워야지 세상의 트렌드를 따라가서는 안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무턱대고 포스트모던 세대가 원한다고 거기에 따라가는 그런 예배가 아니라 시공을 초월하는 예배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물론 이렇게 주장하는 분들도 딱이나 이거다 하는 예배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무조건 소비자 성향을 따라가는 예배는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이렇게 지금까지 6개의 예배형식 중 5개를 소개했습니다. 다음은 마지막으로 Blended Worship.

[1] Dr. Vernon M Whaley Lecture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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