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적 예전 예배 (Formal-Liturgical Worship)
2012년 통계에 의하면[1] 한국 교회는 개신교의 47% 이상이 장로교회입니다. 침례교가 15%, 오순절 계통이 15%, 감리교가 10% 정도이고 나머지 루터교나 성공회는 아주 미약한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장로교회와 침례교는 전통 예배를 드리고 오순절 계통은 성령의 인도하심에 의한 은사 중심의 예배를 드립니다. 감리교는 전통 예배이면서도 형식에 있어서 다른 교단보다는 고전적 예전 예배 쪽에 가까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고전적 예전 예배 형식은 주로 루터교와 성공회에서 행해지기 때문에 많은 교인들이 고전적 예전 예배에 생소할 수 있습니다. 상당히 천주교 요소가 많다는 선입견도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루터교나 성공회가 강조하는 것은 고전적 예전 예배는 가장 역사가 오래된 예배의 형태라는 것입니다. 물론 시간이 오래되었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나 오랜 시간을 거쳐 검증되고 확증된 예배 형식이며 거룩한 하나님 앞에서 거룩하고 엄숙한 예배를 드리는 것이 마땅하다는 견해입니다. 특히 루터교는 종교개혁의 창시자인 루터의 예배 형식을 따른다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찬양과 경배 예배나 은사 중심 예배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정해진 순서가 숨이 막히며 성령님의 감동하심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예전 예배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성령님이 그렇게 무질서한 분만은 절대 아니며 정해진 예배 가운데서도 그리고 그 예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성령님은 얼마든지 감동을 주신다고 대응합니다. 예전 예배에서는 주일마다 깜짝 쇼가 없으며 모든 것이 차분하게 순서대로 움직여 나가는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임재를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예전 예배의 매주 설교는 목사님의 임의대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3년 주기의 정해진 성구일과를 따라갑니다. 성구일과를 따라가지 않는 목사님들은 성구일과가 너무 제한이 많다고 하지만 오히려 성구일과를 따라가는 목사님들은 거기엔 자유함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매번 무슨 주제를 선택할지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데서 오는 자유함. 성구일과에 의해 본문이 정해졌으니 정해진 본문 안에서 얼마든지 자유롭게 그 말씀을 풀어나갈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또 한가지 성구일과의 장점은 3년 주기로 성경에서 중요한 주제를 모두 다룬다는 사실입니다. 성구일과는 구약에서 한편, 시편 한 편, 복음서에서 한 편, 그리고 나머지 신약에서 한 편 이렇게 매 주일 성경의 4 편을 읽게 합니다. 목사님은 이 4편의 성경읽기에서 한 본문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에 비해 주제별 설교는 목사님의 취향에 따라 편식을 하게 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예전 예배에서는 음악도 아주 중시합니다. 음악은 말씀을 가르치기 위한 functional art이지만 또한 싱어롱 수준이 아닌 항상 말씀과 어우러지는 상당한 수준의 음악성을 추구합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마음을 여는데 음악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학자는 예전 예배에서의 음악은 “말할 수 없는 탄식” <로마서 8:26>의 표현이라고까지 말합니다. 이에 비해 CCM은 멜로디에 반복이 많고 가사는 얄팍하다고 비평합니다.[2]
또한 예전 예배에서는 교회 절기를 중요시하게 생각합니다. 개신교의 대부분이 세상의 절기를 지킵니다. 새해 첫날, 어머니날, 추수감사절 등등. 그러면서도 교회 절기를 지키지 않는 것은 아마도 교회 절기는 천주교의 산물이라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필자의 박사 논문 제목이기도 했던 교회 절기에 대해 역사를 깊이 연구해보면 천주교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훨씬 전에 교회 절기가 정립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회력이 천주교의 독점물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의 믿음의 선조들이 남겨준 귀중한 유산입니다. 종교개혁의 세 거목 루터, 칼빈, 및 쯔윙글리도 교회 절기를 지킬 것을 권장했습니다.
그리고 예전 예배에서는 거의 매주 성찬식을 합니다. 물론 천주교에서 주장하는 화체설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수님이 지키라고 명령하신 의식이기에 가끔 생각날 때마다 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중요한 의식으로 여겨 매주일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성찬식에 세 가지 의미가 주어졌습니다. 첫 번째는 예수님의 돌아가심과 부활을 상징하는 의미로써 (Commemoration), 두 번째는 의식을 통해서 교인 모두가 하나가 되는 의미로써 (Holy Communion), 그리고 세 번째로 감사의 의미에서 (Eucharist) 성찬식을 합니다. 때로는 결혼식에서 성찬식을 하기도 합니다.
전형적인 예전 예배의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촛불점화 및 입당 / 죄의 고백과 용서 / 기도송(Kirie) / 영광송(Gloria in excersis) / 인사 및 오늘의 기도 / 첫째 성서 봉독 / 오늘의 시편 / 둘째 성서 봉독 / 찬양 / 복음서 봉독 / 신앙고백(사도신경, 니케아 신경) / 설교 / 봉헌영가 / 목회기도 / 성만찬의식 / 거룩 거룩 거룩(Sanctus) / 성찬 기도와 제정의 말씀 / 주기도문 / 하나님의 어린 양(Agnus dei) / 성찬분배 / 시므온의 노래(Nunc dimittis) / 기도 / 축복기도 / 인사
[1] “세계기도정보”. KCM세계선교정보. 2012년 5월 23일에 확인함.
[2] 이 말은 1970년 중반부터 CWM을 중심으로 한 예배를 수없이 인도했던 예배 인도자의 고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