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화합 19 – 재의 수요일

필자는 지난주 화요일 그러니까 재의 수요일 하루 전인 Fat Tuesday에 이웃에 있는 성공회 교회(The Anglican Church of the Messiah)에서 베푼 all-you-can-eat pancake day에 참석을 했습니다. 뭐 all-you-can-eat pancake day라야 집에서 사용하는 전기판 두어 개로 팬케이크를 구워 내고 또 다른 전기판에서는 소시지를 구워 알루미늄 용기에 넣어두면 아무 때나 오는 사람들이 플라스틱 접시에 먹을 만큼 팬케이크와 소시지를 담고 거기에 버터와 팬케이크 시럽을 잔뜩 올려 저녁식사로 때우는 정도였지만 그래도 성공회에서는 그런 행사를 전통적으로 매년 해왔다는 사실을 알았고 또 성공회(Anglican)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성공회의 전신은 영국 국교회입니다. 영국의 왕 헨리 8세가 아들을 못 낳는 왕비와 이혼을 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려고 했는데 전례대로 교황의 허락을 받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교황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실세였던 토마스 크롬웰 장군은 굳이 교황의 허락을 받으려 하지 말고 영국 국교회를 천주교에서 독립시켜 영국 왕이 그 교회의 수장이 된다면 교황의 허락이 아니라 대주교의 허락을 받으면 될 것 아니냐고 조언을 합니다. 그래서 영국 국교회는 천주교에서 독립하게 됩니다.

청교도가 미국으로 들어올 때 영국 국교회 신자들도 미국으로 들어왔고 시간이 지나 영국 국교회에서 독립을 하게 되는데 이때 그 정식 명칭을 The Protestant Episcopal Church라고 정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250년간 비교적 조용히 지내오다가 1974년에 최초로 여자에게 목사 안수를 주고 1977년에는 최초로 동성연애자에게 목사 안수를 주게 됩니다. 그리하여 교회 안에 적지 않은 마찰이 있었는데 2003년에 동성연애자를 감독으로 세우는 바람에 결국 많은 개교회들이 결별을 선언하고 독립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세워진 교단이 Anglican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필자가 참석했던 성공회는 스스로가 Charismatic Anglican Church라고 설명을 한다는 것입니다. 성공회와 은사주의와는 어쩐지 모순 같은데 그 교회 목사는 자기네들은 성령의 은사를 인정하는 Anglican Church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Fat Tuesday와 사순절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기독교 전통에 의하면 사순절 기간에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금식과 절제된 생활을 해왔습니다. 물론 사순절 중에도 주일은 작은 부활절이었으니까 주일은 제외하고. 그래서 앞으로 40일간 금식과 절제를 해야 하니 하루 전날 실컷 먹어 둬야 한다는 생각에 Fat Tuesday라는 전통이 생겼습니다. 문란한 파티로 전 세계에 알려진 New Orleans의 Mardi Gras나 과다한 노출과 광란적인 브라질의 카니발도 모두 여기서 파생된 행사입니다. 물론 문란한 파티가 끝나고 난 후 절제된 생활은 안중에도 없겠지만.

그 다음 날인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에도 그 교회에 참석을 했습니다. 그런데 역시 Charismatic Anglican Church답게 찬양은 통기타와 키보드 그리고 베이스 기타 악기에 맞추어 전통 찬송과 현대판 CCM을 같이 부르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필자는 난생 처음으로 이마에 재를 발랐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성찬식에도 참여했습니다. 성찬식은 진짜 빵으로 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가게에서 사온 웨이퍼를 사용했습니다. 만약에 내년에 다시 우리와 같이 하게 되면 그 때는 진짜 빵을 구워 올 것을 권장할까 합니다. 그래도 떡과 잔을 위하여 모두가 두 줄로 서서 앞에 나가고 포도주 잔에 담긴 포도주에 웨이퍼를 담갔다가 (intinction) 먹는 의식은 침례교와는 다른 점이었습니다.

그 교회를 가는 도중에 반대쪽의 많은 차들이 줄을 지어 우리 차선을 가로질러 어떤 빌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장례식이 있나 했는데 그 빌딩이 천주교회라는 것을 알고 번뜩 생각나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 차 행렬은 imposition 그러니까 재를 이마에 받기위한 행렬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바쁜 현대 생활에 교회에 들어갈 시간은 없고 재는 받아야 하겠고 해서 어떤 천주교에서는 drive-in imposition을 해 준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 것이 기억났습니다. 아 drive-in imposition이 이런 거구나!

너무 형식에 매이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다가도 그런 가운데에서도 어떤 신도들은 정말 신실한 마음으로 재를 이마에 받고 숙연한 가운데 회개의 시간을 갖겠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번 재의 수요일에 다른 교단의 의식에 참여하면서 느낀 것이라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우리 교회의 벽을 넘어서 인종이나 교단에 상관없이 크리스찬들이 같이 모여 교제를 나누고 한 행사에 참여함으로써 한 교회, 서로 형제 자매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참 좋았다는 것입니다. 예배의 화합을 주장하는 필자로서는 좀 더 자주 다른 교회의 행사에 참석하여 아름다운 교제를 나누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