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말씀드렸듯이 baptism이 세례인지 침례인지는 단어 연구나 성경상에 나타난 baptism에 관한 연구 결과만 본다면 무승부입니다. 그러면 신약이 기록된 직후부터 기독교가 합법화된 4세기까지 역사적으로 baptism은 어떤 형태로 발전했을까요?
이 무렵의 baptism은 단순히 물에 잠겼다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 입문식 전체 의식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3세기부터 5세기의 교부들의 문헌에 보면 자리가 잡혀가는 baptism 의식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기독교에 입문을 지원하는 자들이 (catechumenate이라고 불렸음) 거쳐야 했던 아주 정교한 의식이었습니다. 입문 의식을 의미 깊게 그리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게끔 할 목적으로 이 준비 기간은 길었습니다.
우선 이 그룹에 들어가기 전에 교회는 지원자들의 믿음과 삶을 철저히 심사했습니다. 만약에 그들의 믿음과 삶이 복음에 합당하면 이제 그들은 catechumenate 그룹에 소속이 허락됩니다. 그런 후 2-3년간 지도를 받게 되는데 그동안 기도와 공동체 생활은 같이 할 수 있지만 성찬식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아니 성찬식에 대해서 일체 알지도 못했고 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때는 비기독교인들 사이에 기독교인들은 식인종이라는 의혹까지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몸을 먹고 그의 피를 마신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토록 성찬식은 철저히 비밀리에 행해졌습니다. 지원자들에게도 이 비밀은 철저히 지켜졌습니다.
지원자들은 홀로 남겨지지 않았습니다. 교회에 이들을 보증하고 추천한 후견인들은 시작부터 침례를 받는 날까지 그들과 같이 하며 권면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여기서부터 소위 대부 대모의 역할이 시작되는데 나중에 유아 세례가 확장되면서 더욱이 대부 대모의 존재가 두드러지게 됩니다.
이제 이들이 침례를 받을 준비가 되었다고 교회와 후견인들이 인정을 하게 되면 드디어 이들 이름이 침례자 명단에 올라갑니다. 주로 침례는 부활절 새벽 첫닭이 우는 시간에 (Easter Vigil)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침례를 받기 위해서는 그보다 앞서 40일 전부터 집중적인 기도와 영적 준비 기간을 거치는데 이것이 사순절의 기원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하여 부활절 새벽닭이 울 때에 침례를 받고 그런 후에야 처음으로 부활절 아침에 그때까지 비밀에 쌓였던 성찬식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리고 비로소 그들은 이제 교회의 멤버가 되었다고 공공연하게 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교회 몇 번 나오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교인이 되는 지금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신중함이 있습니다.
벌써 이 당시에는 많은 문서나 고고학적 연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침례식은 물에 잠기는 것을 가리켰습니다. 그 당시에 침례식을 행하던 욕조들이 많이 보이고 문헌에도 물에 잠긴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면 2세기 말부터 3세기 초에 쓰였다고 알려진 “히폴리투스에 의한 사도들의 전통 (The Apostolic Tradition of Hippolytus)”이라는 문헌에 침례식이 이렇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 침례식을 거하기 전에 감독은 기름을 둘을 준비하되 하나는 감사의 기름 또 하나는 엑소시슴의 기름을 준비하라.
- 장로는 엑소시슴의 기름을 침례 받을 자에게 가져가서 그가 “사탄아 이제는 내게서 떠나가라”라고 말하게 한 다음 기름을 머리에 부으라.
- 이제 침례 받을 자가 옷을 벗고 물에 내려가면 침례를 주는 자가 그의 머리에 손을 얹고 이렇게 물어보라 “그대는 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를 믿는가?”
- 침례 받는 사람은 “내가 믿나이다”라고 답하라.
- 머리에 손을 얹은 채 그로 하여금 물에 잠기게 하라.
- 침례 주는 자는 다시 이렇게 물어보라 “그대는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가?”
- 침례 받는 사람은 “내가 믿나이다”라고 답하라.
- 두 번째로 물에 잠기게 하라.
- 침례 주는 자는 다시 이렇게 물어보라 “그대는 거룩한 교회안의 성령님을 믿고 부활을 믿는가?”
- 침례 받는 사람은 “내가 믿나이다”라고 답하라.
- 세 번째로 물에 잠기게 하라.
- 그 후에 물에서 올라올 때에 그의 머리에 감사의 기름을 붓고 이렇게 말하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머리에 거룩한 기름을 붓노라.”
여기에 보면 baptizet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시대적인 상황과 고고학적 증거로 보아 “sprinkle the water”보다는 “let him dip”이 더 신빙성이 있는 해석이라 학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히폴리투스뿐만이 아니라 동방정교에서도 침례 의식을 “성직자는 그를 물에 잠기게 했다가 (immerse) 다시 일어나게 하라”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도시대 이후부터 5세기까지 baptism의 대세는 세례가 아니라 침례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정교한 의식을 통해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얼마나 그들이 침례식을 중하게 여겼는지 하는 것입니다. 라스베가스에 가서 10분 만에 결혼식을 하는 대신에 몇 개월에 걸쳐 결혼식을 준비하고 마음을 준비하는 경험을 통해서 결혼식의 중요성과 그 의미를 깊게 하는 것과 같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