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마태복음 28:19 <개역개정>
예수님이 승천하시면서 마지막으로 부탁하신 지상명령입니다. 지난 2,000년간 교회는 이 지상명령을 지키려 부단히 노력해왔습니다. 그것이 천주교였든 개신교였든 하물며 이단들도 복음 전도라는 사명을 수행하려는 노력에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간단한 것 같은 이 지상명령은 2,000년간 교회가 갈라지게 하고 때로는 서로를 핍박하는 도구로 사용되어왔습니다. 때로는 복음화라는 미명 아래 정치와 결탁해서 나라를 침략하고 짓밟으며 교회를 세우고 믿음을 강요했습니다.
교회가 갈라지게 하고 서로를 핍박하던 요인 중의 하나가 세례식입니다. 세례식은 복음을 받아들이는 표징으로 여기는 교회에서는 성찬식과 더불어 아주 귀중한 의식 중의 하나입니다. 앞으로 몇 번에 걸쳐 이 지상명령에 명시된 세례식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한국 성경에는 세례식이라고 번역이 되어있습니다. 유독 침례교단에서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례식이 아닌 침례식을 주장합니다. 세례식이란 머리에 물을 뿌리는 것을 말하고 침례식이란 완전히 물에 잠기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희랍어 원어나 모든 영어 성경 번역에는 baptize (baptizo)라는 한 단어밖에 없습니다. 침례교단에서는 baptize라는 단어가 물에 잠기는 것이므로 침례식이 맞는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단어상으로는 세례식과 침례식의 구별이 없는 서양에서도 실제로 침례식을 거행함에 있어서는 교단에 따라 머리에 물을 뿌리는 sprinkling과 물에 잠기는 immersion의 두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그리고 세 번째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침례를 받는 사람이 몸이 반 정도 잠기게 물 위에 서있거나 무릎을 꿇고 앉아있고 침례를 주는 사람이 바가지로 물을 퍼서 머리에 붓는 것입니다.
자유국가에서는 종교의 자유가 있고 원하는 대로 세례를 받을 수 있기에 때로는 그 의식과 의미의 중요성을 너무 가벼이 여기지 않나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나 세례식을 받은 사람들은 알겠지만 특히 침례식을 받을 때는 몸이 완전히 물에 들어가는 것은 육신의 죽음을 상징하고 다시 물에서 나오는 것은 중생, 새로운 삶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나의 옛사람은 죽고 이제 복음으로 거듭난 삶을 살겠다는 다짐이고 또한 믿음의 공동체를 향해 자신의 거듭남을 선포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세례식보다는 침례식이 좀 더 의식적인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사실 기독교의 박해가 심했던 초기 기독교 때는 목숨을 걸고 세례식을 했습니다. 그래서 몇 개월 때로는 몇 년에 걸쳐 소정의 교육을 받은 후 1년에 단 한 번 부활절 깊은 밤중에 몰래 숨어서 행해지는 세례식에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비밀리에 행해졌던 세례식에는 모든 교인들이 며칠씩 금식으로 동참하며 세례를 받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했고 밤을 깨워가며 세례식에 동참했습니다. 물에서 올라오는 새사람에게 향품을 섞은 기름을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부어주어 그 새로움과 감격을 오래 기억하게끔 했습니다. 세례를 받은 사람은 1주일간 하얀 옷을 입고 다녔습니다.
세례를 받고 하얀 옷을 입고 나서야 처음으로 성찬식에 초대가 되었으며 그런 후에 성찬식의 의미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사실 그 당시 세례식을 받지 않은 사람은 성찬식에 참여를 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아니 세례를 받기 전까지는 성찬식의 존재 자체도 일체 비밀리에 했습니다. 지금도 대부분의 개신교에서는 세례 받은 교인에게만 성찬식을 허용합니다.
그럼 baptism이 과연 세례식일까요 아니면 침례교단에서 주장하듯이 침례가 올바른 의식일까요? 사실 침례교는 이로 인해 많은 피를 흘리고 그 자유를 얻은 만큼 침례식에 집착하는 것을 이해해 주어야 합니다. 침례교의 전신인 아나뱁티스트(Anabaptists)는 유아세례를 받았어도 그것은 무효이고 다시 정식으로 침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함으로 천주교에서는 물론 개신교로부터도 많은 핍박을 받았습니다. 아나뱁티스트라는 말은 자신들이 스스로 붙인 이름이 아니고 천주교에서 비하하는 의미로 붙여준 이름인데 그 뜻은 “다시 침례를 하는 자”라는 뜻입니다.
종교 개혁가 칼빈도 유아세례에 반기를 들었던 아나뱁티스트의 피에 무죄하지는 않습니다. 칼빈의 시대에 서베투스(Servetus)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모든 과학에 능통한 사람이었고 의사였습니다. 그는 교황의 화려한 사치에 실망한 나머지 종교 개혁에 가담했습니다. 그러나 삼위일체를 비판하는 글을 썼고 또 칼빈의 예정론과 유아세례를 반대하면서 칼빈과 첨예하게 대립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프랑스에서 이단으로 판정을 받아 도망 다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도망 다니다가 칼빈이 있던 제네바에 들러서 칼빈의 설교를 듣고 나오다가 체포되었습니다. 제네바에서는 칼빈의 영향력이 막강했기 때문에 칼빈이 원했다면 서베투스를 살려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칼빈은 손을 쓰지 않았습니다. 결국 법정에서 서베투스는 삼위일체와 유아세례를 비판한 대가로 유죄 판정을 받았고 그가 쓴 책과 함께 화형에 처해졌습니다.
다시 본 질문으로 돌아가서… 세례가 맞을까요 아니면 침례가 맞을까요?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