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생명의 절기”가 끝나고 “삶의 절기 (필자가 임의로 정한 Ordinary Time의 이름)”가 대강절 전까지 이어집니다. 교회 절기는 12월 첫 주에 시작되는 대강절에 다시 시작하기로 하고 예배 화합을 다시 이어 나갑니다.
그에 앞서 이번 달 Worship Leader 매거진에 재미있는 글이 올라와서 소개합니다. “예배는 노는 것 Worship as play”라는 제목의 글을 읽고 예배를 새로운 각도에서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최고로 중요한 행위는 최고로 쓸데없는 (useless) 행위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최고로 중요한 행위는 다른 어떤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최고의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이 바로 여기에 속합니다. 따라서 예배는 가장 쓸데없는 그러나 가장 중요한 행위입니다.
어떤 이는 예배는 가장 고귀한 시간 낭비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예배에는 예배를 통해서 이루기 위한 다른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저 아이들이 노는 것에 또 다른 어떤 목적이 없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고귀한 시간 낭비 A Royal “Waste” of Time]의 저자 Marva J. Dawn의 말입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하나님을 예배한다는 것은 시간 낭비다. 진정으로 고귀한 시간 낭비지만 어쨌거나 시간 낭비는 시간 낭비다. 예배에 참여함으로 우리는 세상의 잣대에 의하면 아무런 유익한 것을 성취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0세기의 신학자 Romano Guardini는 예배를 노는 것에 비교했습니다.
예배 의식을 통해 인간은 은혜의 도움을 받아 인간의 기본적인 목적 즉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예배와 아이들이 노는 것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노는 것 그 자체가 최고의 목적이지 노는 것이 또 다른 목적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는 엄청난 의미가 있다. 예배는 일이 아니라 노는 것이다.
우리는 노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진실은 그와 정 반대입니다. 노는 것이 일보다 더 중요합니다. 왜 그럴까요? 일이란 그 다른 어떤 목적을 위해서 행하는 수단일 뿐인데 비해 노는 것은 그 자체가 최고의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는 것은 일하는 것보다 더 높은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며 더 고귀한 것입니다.
예배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배는 하나님 앞에서 노는 것입니다. 이 예배 놀이는 앞으로 우리가 영원히 하게 될 것입니다. 천국이란 것이 정말 또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의미에서 보면 참 쓸데없는 (useless) 곳이지만 그러나 최고의 존재의 자리입니다. 인간의 본래의 신분이 확실해지는 자리입니다. 인간을 영어로 human doings이라 하지 않고 human beings이라고 하는 이유는 인간의 본질이 뭔가 하는 행위에 있지 않고 존재 그 자체에 있기 때문입니다.
G K Chesterton도 모든 인간의 진정한 목적은 노는 것이라 말했습니다. 태양은 어김없이 매일 아침 떠오릅니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는 하나님은 매일 아침 해에게 다시 뜨거라, 밤에는 달에게 다시 뜨거라 이처럼 같은 것을 명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 반복되는 일상에 생명이 있습니다. 마치 어린이가 어떤 재미있는 놀이를 발견하거나 농담을 발견하면 지칠 때까지 그것을 반복하듯이. 그것은 생명력이 없이 그저 자연의 법칙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생명이 있기에 의지적으로 이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예배의 행위도 그러한 것입니다.
어떤 유대인이 크리스찬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친구여. 자네는 왜 우리 유대인들이 안식일을 좋아하는지 아는가? 그것은 안식일은 쉬는 날, 노는 날이기 때문이야. 하나님 앞에서 우리는 예배라는 의식을 통해 놀면서 좋은 음악을 듣고 가족과 음식을 나누며 진정한 쉼을 얻기 때문이야. 안식일은 노는 날이야.
어쩌면 우리는 예배라는 것을 쉼이라는 것보다, 논다는 것보다 또 하나의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부담이 되고 괜히 의무감을 느끼는 것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 유대인이 말했듯이 예배가 하나님 앞에서 노는 것이라면, 쉬는 것이라면, 우리는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는 가운데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정한 쉼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얼마 전부터 예배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물론 예배를 위해서 일주일 내내 고민하고 성경 말씀을 보고 찬양곡을 준비하지만 그것은 유대인들이 안식일을 위해 일주일 내내 준비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정작 주일이 되면 그 준비된 것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서 노는 겁니다. 예배가 끝나면 주안에서의 형제자매와 같이 점심 식사를 나누고 같이 놀며 좋은 시간을 갖고 골프를 치거나 저녁 식사를 즐기며 좋은 음악을 듣거나 아니면 영화를 봅니다. 그래서 또 주일이 기다려지는 그런 리듬이 예배의 일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전에 비해 훨씬 자유로워졌습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ㅎㅎㅎ-
[1] 필자가 박사과정을 마친 Robert E. Webber Institute for Worship Studies의 총장 James Hart 박사가 Worship Leader 매거진에 기고한 글.